장대한 키의 금강송 숲 사이를 걸으면 소나무의 정부(政府)에 온 것 같다.

 

등을 긁어 손이 닿지 않는 땅 울진, 울진은 이처럼 오지다. 오죽했으면 임금이 숨어 피난간 왕피천이 있을까?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가 울진에 걸쳐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금강송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그들만의 정부를 꾸렸다. 안도현 시인은 소나무의 정부(政府)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라고 노래했다.   

울진군 읍내에서 구불구불한 국도를 30분 가량 들어가면 명승지인 통고산 계곡과 불영사를 지난다. 이를 지나쳐 10분 가량 더 들어가면 이윽고 금강송국(國)의 국경에 다다른다.

금강송은 옛 임금의 궁궐을 짓는데 사용되는 목재로 그 재질이 뛰어나며 자태 또한 일품이다. 산림청은 금강송 최대 군락지 일대를 명품 숲 휴양지로 가꾸고 있으며 철저한 사전 예약제로 시민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빼곡한 금강송 숲. 울진에는 전국 최대 금강송 군락지가 걸쳐있다.

총 4개 구간의 트레킹길은 숲 해설사가 동행하며 걸으면서 금강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금강송은 빼어난 자태와 사시사철 푸른 것이 기개가 높다하여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무다. 선비의 대쪽같은 기상은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금강송을 닮았다. 금강송은 자라면서 나무 가지를 떨쳐 낸다. 이는 햇빛을 더 받아 주변의 나무와 경쟁에서 이기려는 자연의 섭리다. 

3구간 16.5km의 구간은 옛 보부상들이 낸 길로 그들의 진한 땀냄새가 베어있는 산길이다. 탐방 중에 화전민 식사장소, 디딜방아 등을 볼 수 있다. 너삼밭을 지나면 비로소 금강송 군락지에 진입한다. 붉은 살결의 금강소나무가 시원한 직선으로 뻗어 올라가 있다. 산길 사이로 우뚝 우뚝 솟은 금강송을 바라보는 일은 트레킹의 가장 큰 재미다. 계곡에 놓인 돌다리를 지나면서 나무 그늘에 가려진 습한 땅을 보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다. 위태로운 바위 위의 금강송은 마치 우리를 굽어보는 것 같다.   

오백년송의 자태.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큰 키의 오백년송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오백년송이다. 그 가지의 생김은 마치 용 한마리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저 나무에 구름이 걸리었다면 신선이 나타날 듯도 한 분위기다. 할아버지 소나무의 장대한 기품을 본다. 우리도 늙을터이지만 늙는 것은 결코 쇠약해짐만을 뜻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저 할아버지 소나무처럼 장대하게 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기소나무는 양지바른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급기야 오백년송이 되기까지의 숱한 풍파를 금강송은 견딘 것이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환경을 탓하는 우리에게 금강송은 일갈하는 것 같다. 이놈들아 낙락장송은 그냥 되는줄 알았더냐.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금강송이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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