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이 굽이치고 지리산 자락이 강물에 발 담그고 가는 곳. 하동이다. 지난 2일부터 1박2일간 열린 경상남도 지역신문 세미나에 참석차 하동을 방문했다.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열린 켄싱턴리조트는 하동 쌍계사 입구에 위치했는데 늠름한 지리산이 앞을 받치고 품이 넒은 섬진강이 흐르는 풍광 좋은 곳에 위치했다.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우수사례 발표와 함께 지역 신문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동종 직종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서로가 질시와 반목에 차 있어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동은 하천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왕의 녹차로도 유명하다. 섬진강 물안개가 살찌운 차나무 밭이 몽글몽글 펼쳐진 야트막한 언덕은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조영남의 화개장터라는 구성진 노래로 알려진 이곳은 재첩만큼 구수하며 영호남의 화합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동틀 무렵 칠불사를 찾아 나섰다. 칠불사는 여러차례 절이 불에 타는 참화를 겪고 최근에 중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아들이 불법을 득도하고 머물면서 세운 절이라고 하는 칠불사. 가을의 샛노란 은행나무가 여행객을 반긴다. 칠불사의 고요함, 반듯하게 빗질된 마당을 거닐면서 바라보는 낙엽은 선녀의 마음보다 곱다. 일곱왕자는 수로왕을 원망했을까. 의좋았던 이 형제들은 모두 부처가 되었을까. 

하동은 이병주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북천면에 양지바른 마을에 자리한 이병주문학관은 마치 지리산의 산장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5.16후에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라는 글로 필화사건을 겪으며 옥고를 치렀다. 10년형이 선고됐지만 3년간 복역하고 병보석으로 풀려 났다. 이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나림 이병주. 이병주문학관은 하동군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이병주추모사업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병주는 <국제신보> 기자 출신이기도 한 저널리스트다. 저널리스트로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문학으로 녹여 낸 문호다. 이병주문학관에서 그의 대표작 지리산(전7권)을 구매했다. 5만4천원이라고 한다. 

휘돌아치는 섬진강 물결에서 자라는 재첩, 벚굴처럼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신문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며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고 지역을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넓은 문으로 갈 때 우리는 좁은 문을 간다. 그리고 좁은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던 그 순간을 가슴에 새긴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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