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장교에 함부로 하던 건방짐
미국서 교육받은 첫 엘리트 장교
"서울대만큼 공부잘했다 아입니꺼"

4년제 정규 학위 받은 첫 사관생도
한국전쟁 당시 진해서 훈련 받아
서울 수복 뒤 태릉 옮겨 55년 졸업

전두환은 똥배짱이 두둑하다. 영화 <서울의봄>에서 전씨는 12·12쿠데타 가담 세력에게 말한다. "김일성이 안내려 옵니다. 걱정마소" 또 이런 대사도 있다. 전 씨가 자택에 하나회 선후배들을 불러 모은 뒤 "서울대 갈만큼 공부 잘해서 육사 왔다 아입니까" 육사라는 긍지가 느껴지는 대사다. 

전두환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영화 제작자가 상상으로 만든 말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육사가 4년제로 정규 졸업생을 배출한 첫 기수가 11기다. 육군사관학교 11기 전두환은 1951년 육사에 입학한다. 당시 6.25전쟁이 한창일 때 휴교한 뒤 1951년 10월 31일 경남 진해에서 정규 4년제로 재개교 했다.

전쟁 중에 서울이 수복되고 육사는 진해에서 서울 태릉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열매인 11기 156명의 졸업식이 1955년 10월 4일에 거행됐다. 이해에 국회에서 사관학교 법률이 통과돼 11기는 이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태릉 육사 화랑대 연병장에 전두환도, 노태우도 있었다.   

전 씨는 육사생도로 첫 정규교육을 받았다는 자긍심이 강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육사가 편찬한 60주년 책자에 따르면 일선 부대에 배치돼서 11기 생도들은 위용이 높았고 기풍이 드셌고 위풍당당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육사 11기부터 미국으로 군사 유학을 갔고 초급 장교 시절엔 군 부패 척결에도 앞장섰으며 집단적 엘리트 의식과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극 중에서 선배 장군들에게도 목에 힘주고 기죽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아마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육사 10기까지는 6.25전쟁서 실전으로 다져진 군 장교들이다. 11기들은 전쟁이 한창일 때 후방 진해에서 교육 받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높은 경쟁을 뚫고 4년제로 입교한 육사10기(생도2기)는 입교 몇 달 뒤 전쟁이 발발하면서 군번도 없이 전쟁터에 투입됐다. 총쏘기 훈련을 배우다가 갑작스레 투입됐는데 생도 277명 중 132명이 조국을 위해 싸우다 산화했다. 이들은 정규 사관생도 과정을 다 이수하지 못했다며 졸업장도 받지 못하다 40년만인 1996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육사 10기가 입교 1달도 채 안돼 군사교육중에 전방에 투입된 것은 세계 전쟁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도 엘리트 사관생도를 최전방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사 11기와 육사10기 1년 차이로 선배 기수는 전쟁터의 이슬이 됐고 후배는 정규 군사교육을 마쳤다는 첫 생도라는 자신감으로 정권을 찬탈했다.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결국 1979년 12.12로 전두환은 정권을 찬탈한다. 선배를 깔보던 그 똥같은 자신감이 군홧발이 돼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살육했다. 전두환의 면모를 또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서관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61년 5.16군사쿠데타 당시 이를 찬양하는 가두 행진을 벌여 박정희의 눈에 났고 비서관에 임명돼 박정희 의장을 옆에서 지켜봤다. 혁명을 옆에서 지켜 보던 청년 장교는 스스로 또한번 군인이 나라를 구한다는 우월의식으로 권력을 집어 삼켰다. 

이렇게 서울의 봄은 짓밟혔다. 별 2개짜리 보안사령관이 상관을 감옥에 처넣고 급기야 대통령을 해먹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생 노태우도 대통령을 한 번 했다. 

육사10기와 육사 11기를 보면서 1년만에 뒤바뀐 그들의 생사고락을 결정한 당시 군 지휘부의 판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역사는 가정할 수 없지만 육사 10기가 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내가 대한민국에 제대로 교육받은 첫 장교다라는 전두환 같은 인물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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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가례면 시골집에서 연이틀을 보낸다. 화단 돌덩이 옆에 국화가 수줍게 돌아 앉아 서리를 맞고 있다. 의령집에 가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것 같다. 집 안 천장에 대들보는 아버지의 갈비뼈 같고 뒷마당에 가죽나무에서는 아버지가 잠을 덜 깬 채 새순을 뜯어 드시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와 텃밭에서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 줄기를 들어올려 툭툭 뽑아 올리는데 뿌리에 굵은 놈 하나 달려 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노루가 잎파리를 뜯어 먹어서 뿌리가 크지 못한 것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수확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루도 쫒아야 하고, 땅도 배수가 잘 돼야 하는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집 텃밭을 망친 그 노루가 나는 밉지 않다. 어머니와 나는 엄지손가락 만한 자잘한 고구마 몇뿌리만으로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다. 

창가가 잘보이는 식탁에서 거름종이에 마트에서 산 맥심 분쇄 커피를 내려 마신다. 손으로 향을 더듬는데 분쇄하기 전의 이디오피아 이가체프 커피의 산미보다 못하고 향도 못하다. 어머니와 창밖을 내다보며 아버지에 대해 얘기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나를 있게한 분이고 이 집을 지은 분이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불평하다가 이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햇살 좋지만 골짜기 바람이 맹렬히 부는 한가한 토요일에 라디오로 서양 클래식을 틀어 놓고 오후 3시의 햇볕을 집 처마 아래에서 즐겼다. 아침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요리조리 찾아 다니며 햇볕에서 황동규 시인의 시집 <꽃의고요>를 읽었다. 시는 새벽잠을 깨고 읽을 때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데 아침에 시를 읽어도 나쁘지 않았다. 이 시집에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카잔스키의 묘지를 가서 쓴 시와 시 속의 한 구절 '자유란 참을수 없는 삐딱함이다'라는 문장이 너무 좋아서 몇번을 곱씹었다. 삐딱하게 사는 것, 삐딱함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도저히 참을 수 밖에 없는 예의범절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한 일간지에 연재하는 작가가 쓴 에세이에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자유"라고 얘기하는 글을 읽으며 큰 공감을 했다. 잘 산다는 건 하고 싶지 않은 일 안하며 남이사 삐딱하다한들 말든 의식 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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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의료, 교육 등 불균형 심화

저출산, 청년 탈지방 등 문제 중첩돼

"지방도시 역량 키워야 미래 있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 표. 2023년 현재 50%를 넘어섰다.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이 1970년대에 나왔다. 당시 부산 출신 김승옥 서울시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강남이 당시에 개발되며 서울의 외형이 커졌다. 당시 한 관료가 "서울은 가만히 놓아 두는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는데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으로 망하고 있다. 출산률은 세계 최처다. 지방에는 의료, 교육, 문화 등 모든 부가가치들이 불균형이 심화된다. 서울 수도권에는 학교가 모자라 모듈러 교실을 짓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윤석열 정부에서 '메가 서울'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킨다는게 공론화 되고 있다.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하게 만든다는 이 발상은 나라를 말아 먹는 짓이다.  부산 경남에 광역철도를 짓는데 10년이 넘게 걸려 겨우 철도노선을 반영했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은 어떤가. 광역철도가 미로처럼 나 있어 자동차가 없어도 다니기 좋은 도시다. 

 

지방도시는 인구가 줄어들어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할 판이다. 청년층이 탈 지방하고 서울 집중이 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더욱 가속화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더욱 난망해 질 것이다. 왜냐하면 청년들은 일자리 때문에 서울에 몰리고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모든 것은 서울집중화와 중앙집권화된 대학 서열화 등의 문제가 겹겹히 촘촘히 쌓여 있다. 

 

어떻게 지방도시를 메가시티로 만들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역량으로 키워서 국토균형발전과 젊은이들이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균열을 일으킬지를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메가 서울이라니. 대한민국에 지각이 있는 민주시민들이라면 즉각 반발해야 한다. 전 지방 주민들이 머리끈을 매고 대통령실 앞에서 결기대회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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