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생태계가 말라죽고 있다. 주류 언론에 대비해 지역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 신문들의 경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스 시장이 거대 포털이 잠식하고 있고 주류 언론의 여론 주도는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향토 기업이 생활밀착 경제뉴스를 제공하고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기사 마다 댓글이 수백개가 달리는 성공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제호가 'MS투데이'인 언론사인데 생활경제전문뉴스를 표방한다. 기사는 컴포즈 커피 등의 지역 동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 브랜드에 밀려 고사한다는 내용, '춘천에 생활밀착 업종 무엇이 많을까? 카페 vs 미용실' 제목의 기사들이다. 

기존에 지방신문이나 지역신문에서 보지 못했던 문법의 생활밀착형 뉴스가 독자에게 읽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인터넷판 언론도 제공하고 베를리너판으로 종이신문을 24면을 제공한다. 또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뉴스를 제공하고 그 출처를 AI라고 밝힌 점도 놀랍다.  

소상공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생활경제뉴스를 만들어 MS투데이가 만드는 기사의 출처를 활용해 지역에 대입만 한다면 좋은 뉴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AI를 활용해 뉴스를 제작하면 1인 신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챗GPT를 활용해 뉴스를 제작했다고 명확히 밝히고 독자를 유입시켜서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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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쓴다. 이를테면 산타 할아버지, 이번 선물은요, 아픈 제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코카콜라를 주세요" 뭐 이런 소망이 적힌 편지가 아닐까 한다. 

산타클로스는 핀란드 수도에서 북쪽으로 800km 위쪽에 위치한 로바니에니 마을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으로 믿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체신부 직원이 어린이에게 답장을 써주면서 로바니에니라는 마을이 유명해졌다. 이는 핀란드 체신부의 정식 업무라고 하니 놀랍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기상천외하거나 엉뚱한 짓을 하면 좀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분위기가 큰 한국사회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마 거대 기업이 상업적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마케팅으로 산타클로스에게 편지써주기를 하고 요금을 청구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자본만능주의 한국이라니..

로바니에니는 인구 6만 명의 작은 소도시인데 산타우체국 때문인지 연간 관광객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상품을 사면 산타우체국 소인을 찍어 국제우편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그것을 받아든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은 얼마나 기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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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건가요? 청년들이 너무 지쳐 있다는 것을 이 질문에서 느낀다. 너무 애쓰고 살지 말기를 바라고 경쟁에서 밀렸다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삼고 삶을 긍정하며 주어진 인생을 값지게 살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전국에 13만 9천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까지 포함해 40만여명이 관련 자라고 민간 연구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우울증 등의 정신병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외로운 늑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직장을 갖지 못하고 방 안에만 틀어 박혀 생활한다. 바깥에 나오기 자체를 꺼려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이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친구들간의 가벼운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워할 정도이며 '스몰토크'를 일부러 배우기까지 한다는 언론 기사가 보도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일상화도 은둔형외톨이가 양성되는데 한가지 원인을 제공한다.   

일본에서 먼저 사회문제가 된 은둔형외톨이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린다. 일본 지자체가 히키코모리지원센터를 개설해 이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상담 서비스를 하고 사회에 인입되도록 돕는 지원책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관련 지원 법안이 마련되기 전이다. 

청년 은둔형외톨이들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현대사회가 배출한 신규 인간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채팅으로는 대화를 나누지만 인간과 인간이 표정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사례자들은 가정폭력이나 학교에서의 폭력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시절 학폭으로 인한 따돌림이나 정신적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정 내에서의 관계에 있어 힘들거나 성적의 하락 등으로 인해 은둔형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가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 상담을 통해 양지로 끌어 들여야 이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은둔형외톨이 당사자는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나이가 되면 결혼, 취업 등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압박감,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성격상 그러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한국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으며 제도적인 지원책이 하루바삐 정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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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장교에 함부로 하던 건방짐
미국서 교육받은 첫 엘리트 장교
"서울대만큼 공부잘했다 아입니꺼"

4년제 정규 학위 받은 첫 사관생도
한국전쟁 당시 진해서 훈련 받아
서울 수복 뒤 태릉 옮겨 55년 졸업

전두환은 똥배짱이 두둑하다. 영화 <서울의봄>에서 전씨는 12·12쿠데타 가담 세력에게 말한다. "김일성이 안내려 옵니다. 걱정마소" 또 이런 대사도 있다. 전 씨가 자택에 하나회 선후배들을 불러 모은 뒤 "서울대 갈만큼 공부 잘해서 육사 왔다 아입니까" 육사라는 긍지가 느껴지는 대사다. 

전두환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영화 제작자가 상상으로 만든 말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육사가 4년제로 정규 졸업생을 배출한 첫 기수가 11기다. 육군사관학교 11기 전두환은 1951년 육사에 입학한다. 당시 6.25전쟁이 한창일 때 휴교한 뒤 1951년 10월 31일 경남 진해에서 정규 4년제로 재개교 했다.

전쟁 중에 서울이 수복되고 육사는 진해에서 서울 태릉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열매인 11기 156명의 졸업식이 1955년 10월 4일에 거행됐다. 이해에 국회에서 사관학교 법률이 통과돼 11기는 이학사 학위를 받게 됐다. 태릉 육사 화랑대 연병장에 전두환도, 노태우도 있었다.   

전 씨는 육사생도로 첫 정규교육을 받았다는 자긍심이 강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육사가 편찬한 60주년 책자에 따르면 일선 부대에 배치돼서 11기 생도들은 위용이 높았고 기풍이 드셌고 위풍당당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육사 11기부터 미국으로 군사 유학을 갔고 초급 장교 시절엔 군 부패 척결에도 앞장섰으며 집단적 엘리트 의식과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극 중에서 선배 장군들에게도 목에 힘주고 기죽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아마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육사 10기까지는 6.25전쟁서 실전으로 다져진 군 장교들이다. 11기들은 전쟁이 한창일 때 후방 진해에서 교육 받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높은 경쟁을 뚫고 4년제로 입교한 육사10기(생도2기)는 입교 몇 달 뒤 전쟁이 발발하면서 군번도 없이 전쟁터에 투입됐다. 총쏘기 훈련을 배우다가 갑작스레 투입됐는데 생도 277명 중 132명이 조국을 위해 싸우다 산화했다. 이들은 정규 사관생도 과정을 다 이수하지 못했다며 졸업장도 받지 못하다 40년만인 1996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육사 10기가 입교 1달도 채 안돼 군사교육중에 전방에 투입된 것은 세계 전쟁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도 엘리트 사관생도를 최전방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사 11기와 육사10기 1년 차이로 선배 기수는 전쟁터의 이슬이 됐고 후배는 정규 군사교육을 마쳤다는 첫 생도라는 자신감으로 정권을 찬탈했다.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결국 1979년 12.12로 전두환은 정권을 찬탈한다. 선배를 깔보던 그 똥같은 자신감이 군홧발이 돼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살육했다. 전두환의 면모를 또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서관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61년 5.16군사쿠데타 당시 이를 찬양하는 가두 행진을 벌여 박정희의 눈에 났고 비서관에 임명돼 박정희 의장을 옆에서 지켜봤다. 혁명을 옆에서 지켜 보던 청년 장교는 스스로 또한번 군인이 나라를 구한다는 우월의식으로 권력을 집어 삼켰다. 

이렇게 서울의 봄은 짓밟혔다. 별 2개짜리 보안사령관이 상관을 감옥에 처넣고 급기야 대통령을 해먹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생 노태우도 대통령을 한 번 했다. 

육사10기와 육사 11기를 보면서 1년만에 뒤바뀐 그들의 생사고락을 결정한 당시 군 지휘부의 판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역사는 가정할 수 없지만 육사 10기가 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내가 대한민국에 제대로 교육받은 첫 장교다라는 전두환 같은 인물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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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가례면 시골집에서 연이틀을 보낸다. 화단 돌덩이 옆에 국화가 수줍게 돌아 앉아 서리를 맞고 있다. 의령집에 가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것 같다. 집 안 천장에 대들보는 아버지의 갈비뼈 같고 뒷마당에 가죽나무에서는 아버지가 잠을 덜 깬 채 새순을 뜯어 드시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와 텃밭에서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 줄기를 들어올려 툭툭 뽑아 올리는데 뿌리에 굵은 놈 하나 달려 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노루가 잎파리를 뜯어 먹어서 뿌리가 크지 못한 것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수확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루도 쫒아야 하고, 땅도 배수가 잘 돼야 하는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집 텃밭을 망친 그 노루가 나는 밉지 않다. 어머니와 나는 엄지손가락 만한 자잘한 고구마 몇뿌리만으로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다. 

창가가 잘보이는 식탁에서 거름종이에 마트에서 산 맥심 분쇄 커피를 내려 마신다. 손으로 향을 더듬는데 분쇄하기 전의 이디오피아 이가체프 커피의 산미보다 못하고 향도 못하다. 어머니와 창밖을 내다보며 아버지에 대해 얘기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나를 있게한 분이고 이 집을 지은 분이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불평하다가 이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햇살 좋지만 골짜기 바람이 맹렬히 부는 한가한 토요일에 라디오로 서양 클래식을 틀어 놓고 오후 3시의 햇볕을 집 처마 아래에서 즐겼다. 아침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요리조리 찾아 다니며 햇볕에서 황동규 시인의 시집 <꽃의고요>를 읽었다. 시는 새벽잠을 깨고 읽을 때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데 아침에 시를 읽어도 나쁘지 않았다. 이 시집에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카잔스키의 묘지를 가서 쓴 시와 시 속의 한 구절 '자유란 참을수 없는 삐딱함이다'라는 문장이 너무 좋아서 몇번을 곱씹었다. 삐딱하게 사는 것, 삐딱함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도저히 참을 수 밖에 없는 예의범절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한 일간지에 연재하는 작가가 쓴 에세이에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자유"라고 얘기하는 글을 읽으며 큰 공감을 했다. 잘 산다는 건 하고 싶지 않은 일 안하며 남이사 삐딱하다한들 말든 의식 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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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의료, 교육 등 불균형 심화

저출산, 청년 탈지방 등 문제 중첩돼

"지방도시 역량 키워야 미래 있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 표. 2023년 현재 50%를 넘어섰다.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이 1970년대에 나왔다. 당시 부산 출신 김승옥 서울시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강남이 당시에 개발되며 서울의 외형이 커졌다. 당시 한 관료가 "서울은 가만히 놓아 두는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는데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으로 망하고 있다. 출산률은 세계 최처다. 지방에는 의료, 교육, 문화 등 모든 부가가치들이 불균형이 심화된다. 서울 수도권에는 학교가 모자라 모듈러 교실을 짓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윤석열 정부에서 '메가 서울'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킨다는게 공론화 되고 있다.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하게 만든다는 이 발상은 나라를 말아 먹는 짓이다.  부산 경남에 광역철도를 짓는데 10년이 넘게 걸려 겨우 철도노선을 반영했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은 어떤가. 광역철도가 미로처럼 나 있어 자동차가 없어도 다니기 좋은 도시다. 

 

지방도시는 인구가 줄어들어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할 판이다. 청년층이 탈 지방하고 서울 집중이 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더욱 가속화 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더욱 난망해 질 것이다. 왜냐하면 청년들은 일자리 때문에 서울에 몰리고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모든 것은 서울집중화와 중앙집권화된 대학 서열화 등의 문제가 겹겹히 촘촘히 쌓여 있다. 

 

어떻게 지방도시를 메가시티로 만들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역량으로 키워서 국토균형발전과 젊은이들이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균열을 일으킬지를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메가 서울이라니. 대한민국에 지각이 있는 민주시민들이라면 즉각 반발해야 한다. 전 지방 주민들이 머리끈을 매고 대통령실 앞에서 결기대회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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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나무 군락지 후손목. 흰색 나무 껍질이 독특하다.

의령 자굴산 강선암 선녀탕 선암나무 '눈길'
수백년 된 듯한 조상목 주변으로 군락지 형성
짝 없는 노총각, 노처녀들에게 행운 주는 장소 

늙은 나무가 별이 깊은 밤이면 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뿌리는 곳. 모든 것이 초록초록한 경남 의령군에 '비밀의 숲'이 있다. 유독 흰 색 수피가 두드러지는 느티나무 군락지다. 이 느티나무는 선암나무라고 부른다. 선암나무는 백과사전에도 수목도감에도 없는 명칭이다. 이른바 지역주민들의 인문지리적인 문화가 담긴 나무 이름이다. 

이 숲이 자리한 곳은 자굴산 자락으로 의령군 가례면 운암리 상촌마을 운암소류지 산책로를 따라 15분 가량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상촌마을은 토박이 말로 굴바구마을로 불린다. 굴바구는 의령문화원에서 발간한 향토 문헌에 따르면 '굴 바위' 마을이다. 실제로 산책로를 따라오르면 강선암이 있다. 강선암은 선녀가 강림한 바위라는 뜻이다. 너른 병풍바위가 10m 가량 펼쳐져 있고 고래의 뱃속 같이 움푹 패여 있다. 바위 위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데 수량이 많을 때는 절경을 자랑했다고 한다.

강선암은 선녀들이 멱감던 곳이다. 선암나무는 강선암 선녀탕 가림막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선암나무된 것 아닌가 하는 추정만을 할 뿐이다. 노총각 노처녀가 강선암서 목욕하면 배필을 만난다는 믿음도 전한다. 의령군에서는 강선암을 조망할 수 있는 데크를 조성해 놓았다.   

선암나무 군락지는 과거에 천수답으로 쓰던 곳이다. 군데군데 돌담이 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의령군산림조합에서 숲길 산책로를 조성해 평상과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도 놓았다. 느티나무는 수피에 실로 꿰멘 듯한 무늬가 있다. 서양에서는 느티나무를 'Saw leaf'라고 부른다. 잎파리가 톱날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른게 아닌가 한다. 선암나무도 일반 느티나무와 같이 실밥을 꿰멘듯한 무늬를 갖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흰색 수피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느티나무는 수피가 갈색이다. 

군락지 한 가운데에는 최초의 조상목이 있다. 둘레가 성인 남성 3명이 손을 맞잡아야 될 정도로 큰데 대략 4m는 족히 된다. 수고는 10m쯤이다. 나무는 보호수로 등록돼 있지 않다. 의령군산림조합에서 선암베기라는 구전을 표지판으로 설치해 놓았다. 조상목을 중심으로 사방에 흰색 후손목 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전체 면적은 가로 500m*세로 600m 규모다. 나무는 산에 위치했지만 천수답으로 쓰이던 곳이라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다. 느티나무 기둥 줄기가 베베꼬인 것도 있고 두 개 줄기가 동시에 뻗쳐 오른 것도 있다.

선암나무는 흰색 선녀복을 입은 선녀들이고 조상목은 신선이 아닐까. 이들이 강선암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신경림 시인은 <우리동네 느티나무들>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중략- 늙으면 동무나무 썩은 가질랑/슬쩍 잘라 주기도 하고/세월에 곪고 터진 상처는/긴 혀로 핥아 주기도 하다가/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머리와 어깨와 다리에/가지와 줄기에/주렁주렁 달았다가는/별 많은 밤을 골라 그것들을/하나하나 떼어 온 고을에 뿌리는/우리 동네 늙은 느티나무들

자굴산 강선암 선녀탕. 

의령군에서 설치한 강선암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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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전문가, 숲해설사, 명상가, 수치료사 등 전문가 그룹 있어야

시설관리공단 운영으론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한계

단발적 시설 이용 아닌 과학적 데이터로 항노화 체험토록

10월 28일 양산 항노화서비스힐링체험관에서 자녀 동반 도심형 프로그램을 받았는데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다만 더 많은 이들이 즐기도록 전체적으로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삶,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다. 양산시가 운영하는 항노화힐링서비스체험관이 항노화 여행지로 관심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대한 공용복합목욕탕 수준에 그치는 운영에서 한 발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천에 숲인 국내에서 대운산의 수려한 숲에서 공기 마시고 적당하게 건강 프로그램 돌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나절만 지내도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도록 하려면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 전문가 그룹에서 운영해야 한다. 

체험관은 대운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숲의 피톤치드를 느끼기에 좋다고 홍보한다. 아스팔트 도로를 내고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접근하기에도 좋다. 신설 7호국도에 서창IC에서 내려 10분만 더 가면 만나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체험관 인접지에 대운산생태숲을 조성해 놓았다. 숲에는 노각나무, 감나무, 개미취꽃 등을 심어 놓고 산책로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기 운동할 수 있다. 체험관 내부에는 온냉 수치료실, 안마기계실, 요가운동실, 아쿠아테라피실, 북카페, 식당 , 찜질방 등을 갖추고 있다. 

수치료 실에서는 냉탕과 온탕을 각각 1분에서 1분30초씩 7번 번갈아 드나들면서 몸의 체온조절력을 높이고 피부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큰 통유리창으로 대운산의 녹음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곳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다.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대운산오토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가다 보면 그물망으로 조성된 놀이터가 조성돼 있고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네트에서 뛰고 넘어지고 줄을 타고 오르면서 신체 발달, 모험심, 협동력을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시설을 갖추었으니 내실있게 운영하면 된다. 북카페에서 자연치유와 관련된 서적을 읽었는데 물을 잘 마시고 태양을 잘 쬐며 시간대별로 신체가 요구하는 시스템을 잘 맞춰주는 삶을 살아가면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이 기본이 우리를 얼마나 건강하게 하는지 설명하는 책자 였다. 이처럼 대체의학이나 자연치유의 전문가들이 알려주는데로 자연의 생체리듬에 따라 우리 몸이 반응하도록 하루 일정을 짜서 운영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다행히 체험관에는 하룻밤 묵을 수 있도록 숙소도 제공하고 있다. 

산 속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가만히 숲을 음미하기에 좋은 숲속 집에서 하룻밤 묵는 것으론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 현재 양산시시설관리공단에서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항노화와 관련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코스를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업체가 운영을 하는 것이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숲체험 해설사, 요가 강사, 건강식 전문가, 기체조, 명상 전문가, 맨발 걷기 보행 측정 등 항노화 관련 다양한 직종들의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하루동안 시간순서별로 커리큘럼에 따라 체험관을 이용하고 그 변화를 과학적인 데이터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항노화힐링서비스체험관은 거대한 건축물을 운영하고 단발적인 프로그램을 돌리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시설이 시간이 지나 노후화된 찜질방과 운동기구를 갖춘 거대한 공용 목욕탕에 불과한 시설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항노화 관련 전문가가 한번은 이런 제안을 했다. 수치료 전문 시설을 만들어라. 물속에서 수압으로 각종 치료를 하는 거대한 수중 전문 항노화치료시설을 만들어서 전국의 수치료 수요자들을 모으는 시설을 만들면 어떻겠느냐 하는 제언이었다.  

아침에 좋은 기운을 태양으로 선물받고 기체조를 하고 점심때 건강 체식을 체험하고 저녁에 명상하며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해서 떨어진 것을 확인하는 과학적 항노화힐링서비스체험관에서 돈을 지불하고 단 한나절이라도 젊어지는 체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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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옳다고 주장하는 글은 어쩐지 거짓말 같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물려주시고 떠난 의령군 가례면 운암리 시골집에도 사소한 것들이 나를 위로한다. 이 시골집은 마을과 외딴 곳에 있다. 자굴산 한 자락 저수지 둑 밑에 감나무 과수원 옆에 자리했다. 앞마당 절반은 자갈을 깔았고 또 절반은 조선잔디를 심었다. 화강암을 화단 경계석으로 땅에 박아넣은 꽃밭에는 소나무와 홍가시와 보리수와 들국화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지난 봄 외갓집에 외삼촌이 새로지은 시골집 마당에서 국어교사이신 외삼촌 앞에서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 소절을 읊고 모란씨앗을 주머니에 넣어 왔다. 씨앗은 화단 한켠에 심었는데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 봐도 검은색 동그랗던 그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리고 땅 속에서 흙이 돼 버렸을지도 모를 그 씨앗을 생각한다.
눈동자 빼고 온몸이 검은 늙은 고양이 한마리도 내 시골집에 산다. 해가 좋은 날엔 우리집 데크 위에서 축 늘어져 자고 늘 울어서 어머니한테 자주 구박을 받는 이 고양이는 한번은 피부병에 걸려 얼굴에 부스럼이 크게 있었는데 어머니는 "병걸려 죽기라도 하면 처리하기 곤란하다"고 하셨다. 다행히 다 나아서 우리 집으로 돌아 왔다. 이 고양이에게 깜디라는 이름을 붙여줬는데 아내는 양산 우리집 아파트에서 남은 생선구이를 볼 때마다 깜디를 떠올렸다. 나는 이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어머니는 동물을 싫어하는 냉혈한 사람이고 아내는 동물을 좋아하는 따듯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답을 내리지 못한다. 
시골집은 주말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부터 새로운 근로의 현장이 됐다. "시골집은 보이는데 마다 손이 가고 일이다"는 어머니 한숨을 듣고는 구름을 쳐다보고 화단 한켠에 핀 이름도 모르는 꽃을 우두커니 볼 찰나에 내 어깨는 이미 예초기를 매고 있고 뒷마당을 정리하고 전지 가위를 들고 있다.
뒷마당에는 겨울에 쓸 장작더미가 쌓여 있고 사과나무와 자두나무, 포도나무, 뽕나무와 어머니가 심어놓은 푸성귀가 자라고 있다. 매부가 제초제를 진드기 잡는 살충제인줄 알고 나무에 쳐서 가을처럼 잎파리가 우수수 떨어지고 채 자라지 못하고 영글지 못한 아기 주먹만한 사과가 언제 떨어질 지 모른채 달려있다. 제초제가 닿지 않은 복숭아 열매를 따서 한입 베어 물었다. 연두색 과육에 붉은 부분이 간간히 띄는 복숭아 열매였는데 그 맛은 달면서도 풋풋했다. 그리고 전멸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초여름인데 가을처럼 잎파리가 바짝말라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나무에게 힘 내라고 응원을 했다. 초보 농사꾼의 실수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무신경 하나에 생명이 죽고 아버지도 애이 괜찮겠지 하는 사소한 무신경에 목숨을 잃으셨다. 사소한 것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몸서리처질 만큼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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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중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보인다.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에 좋은글을 쓰는 것을 주제로한 명사들의 강연도 다수다. 대부분 많이 읽고 뭐라도 좋으니 일단 쓰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또 퇴고가 중요하다고 일러주기도 한다. 대중적인 글들의 이러한 조언은 다 맞는 얘기기도 하지만 다 뻔한 얘기다. 진짜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간절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야 한다. 박완서 선생님은 소설을 쓰면서 6.25전쟁 동안 겪은 일을 꼭 사람들에게 얘기해 고발하고 싶었고 그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글로써 이를 표출했다. 

글쓰기를 제도권 교육에서 수박 겉핧기 식으로 논술만 가르치는 것이 문제인데 글쓰기의 폭을 논술뿐만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도정일 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대입논술을 위한 논리적 글쓰기 뿐만아니라 하나님께 편지도 써보고 아픈 사랑의 연애 편지도 써보고 다양한 글들을 써봐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너무 한가지 포멧에 매몰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인 것이다.

일기를 쓰면 나 자신에 대한 진지한 표현을 통해 표현의 참신함을 느낀다. 쓴다는 것은 스스로와 대화하면서 내가 진정 뭘 알고 있고 뭘 모르고 무엇에 화가났고 무엇때문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게 성찰이다. 진정한 성찰은 글쓰기다. 

그렇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글을 쓰고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글을 써서 사람들을 설득 시키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럴때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용하는 방법을 잘 배우는 것이다. 인용은 다른 것을 가져와서 내 글에다가 반영해 넣는 것인데 사실 내 생각이라는 것도 밑천이 있어야 조합하고 비교하고 짜내에서 내 생각이라는 것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창조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는 것에서 약간 변형하거나 거꾸로 생각하거나 뒤틀어서 나오는 것이다.  

막연하게 내 생각을 쓰라고 하는데 내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쓴단 말인가 하고 되묻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경험을 많이 한 어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거나 불멸의 고전을 잘 듣고 내 생각을 버물 쓰는 것도 방법이 된다. 이게 중요한게 잘못하면 남의 글을 훔치게 되는데 대부분 윤리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인용은 무엇이냐 하면 예시, 권위, 정의, 유추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클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이해가 훨씬 빠르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권위있는 사람의 워딩을 글에 옮겨 오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정확히 정의를 하고 연역법과 괴납법으로 유추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글쓰기의 중요한 기술들을 적용해서 죽이되는 밥이되든 글이되는 글똥이되는 일단 써보는게 중요하다. 나도 뻔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일단 써봐야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알수 있으니까 말이다. 써 놓은 글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어보면 낯이 뜨거울 때가 있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된다. 

중언부언 하기도 하고 쓸데 없는 말을 같다 붙여서 전체 논지를 흐리기도 하며 "그래서 뭐 어쩌라고(so what?)"하면서 불명확한 글을 많이 써 대야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으며 더 신빙성 있게 쓸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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