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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13 詩를 쓴다는 것은 아픔을 배우는 일이다 4

이창동 감독 <시> 영화 감상평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를 감상하였다. 은막 위에 영상으로 시를 쓴 것이 이 영화였다. 첫 장면에서 강변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등장하고 놀랍게도, 아주 놀랍게도 교복을 입은 채 머리를 수면 아래로 한 여중생의 익사체가 비춰진다. 이 장면에서 영화에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엔딩장면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중생과 주인공 할머니가 오버랩된다.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알 수 없고 목숨을 끊은 것 같은 암시를 던진다. 나는 이러한 영화의 기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상투적으로 우리는 "시인에게 소녀감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실제 중학생 소녀와 60대 할머니를 겹친다. 할머니가 영화 종결 부분에서 시쓰기 문학강좌의 총결산으로 원고지에 쓴 시를  독백하고 중학생이 시를 이이서 낭독한다. 그러면서 둘은 겹쳐진다. 할머니는 정말 여중생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다. 경기도의 한 한적한 작은 군단위 읍이 배경이다. 할머니는 낡고 오래된 빌라에서 여드름 투성이 손자와 함께 산다. 이혼한 부산 사는 딸이 맡겨 놓은 외손자다. 중풍에 걸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늙은 남자의 몸을 씻어주고 시중을 드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꽃을 보고 의사에게 시를 배우고 있다는 사담(?)을 하고 수강생 모집이 끝이 난 문학강좌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말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리고 손자에 손톱발톱을 자르고 손자 입에 밥이 들어가는게 가장 기쁘고 보기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손자 입에 밥들어가게 하는 K-할머니다. 할머니는 위대하다. 손자가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많은 회장님이라 불리는 늙은 남자의 수음을 도와주고 돈 500만원을 받는다. 

영화에는 지방지 기자도 등장한다. 시골 복덕방에 앉은 50대 남자들이 "요새는 지방지 기자가 더 무서워"라고 말한다. 기자는 취재를  하다 피해자측과 가해자부모들 사이에 중간 다리를 낳아 합의까지 가는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기사는 막았다"고 말하는 가해자측 부모의 대사가 있다. 기자가 브로커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해서 시골 중학교 여중생 집단 성폭행 자살사건은 기사화 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런 일들은 언제든지 또 벌어지게 될 것이고 지방지 기자는 기사를 쓰지 않는 댓가로 촌지를 받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손자는 친구들과 함께 동창 여중생을 성폭행했다. 그래도 그는 무심하게 자기방 컴퓨터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잠들고 할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는 무심한 남자중학생일 뿐이다. 예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시골 섶길을 걸어가면서 길바닥에 쓰러진 살구꽃을 본다. 마음으로 살구꽃을 본다. 그래서 살구꽃이 살기 위해 제몸을 부순다는 시어가 나왔다. 

실제 시인인 김용택 시인이 운영하는 시쓰기 강좌에서 생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주인공 할머니의 대사가 가슴에 나비처럼 내려 앉는 듯 했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초기를 앓는 환자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할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한다. 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한 편의 시를 남기고......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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