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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2.24 "조국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뮤지컬 영화 <영웅> 감상평

안 의사, 고통 짊어진 민족의 예수

강인한 어머니, 눈물 장면 가슴 울려

안중근 의사 사형이 집행되기 5분 전 어머니가 지어주신 흰 수의를 입고 있다.

도마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영웅>이 지난 22일 전국 극장에서 일제히 은막의 스크린을 올렸습니다. 동명의 뮤지컬 인기에 힘입어 스크린에 새롭게 영웅을 펼쳐 보였는데 시쳇말로 국뽕 영화인 <한산>을 뛰어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영화는 2시간 20분 남짓한 러닝타임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뮤지컬 가사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연해주의 한 광야에서 안 의사와 동료들이 폭풍우를 뚫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단지(단지)하는 장면입니다. 동상으로 얼어터진 손가락 마디를 자르고 검붉은 피가 하얀 눈밭에 뿌려지며 대비되는 장면은 영상미를 극대화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선생은 <안중근 의사 찬>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는데 시구에  "가슴에 불을뿜고 원수를 찾아 광야를 헤매이기 얼마이던고"라고 노래했는데요. 해당 시구가 제 머릿속에 묘하게 겹쳐집니다.

안 의사는 천주교 신자 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면서 제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안 의사가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숭고한 십자가를 지고 고난과 핍박을 당하며 민족의 고통과 고난을 짊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의사가 교수형을 집행당하기 직전 형틀의 밧줄 앞에서 읊조리는 뮤지컬 가사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두려움도 묻어 나오지만 그는 우리 민족의 예수님이라는 메타포가 전달됩니다. 역사적 사실로 어머니가 선물한 흰색 수의를 입은 모습은 면류관을 쓴 예수님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가슴을 가장 두드렸던 장면은 안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호롱불이 켜진 안방에서 안 의사의 배냇저고리를 부둥켜 안고 홀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했습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과 같이 항소를 하는 것은 구차한 것이고 나라를 위해 의연하게 죽어라고 전하는 편지 글에서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의 표상이 느껴졌습니다. 

또 배우 김고은은 고종의 왕비 궁녀로 시작해 이토 히로부미의 게이샤가 돼 주요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식민지배의 우두머리 이토의 몸종이 을미사변을 통해 모시던 왕비를 읽게 되자 그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인데 동양평화라는 거창한 주제를 위해 투신한 안중근의 세계관과 궁녀의 세계관은 다를지 몰라도 그들은 진지하고 성실한 역사의 주역들입니다. 

이 영화의 크라이막스는 안 의사가 권총 탄환으로 민족의 원흉의 심장을 꿰뚫었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시험문제처럼 저장돼 있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판을 받으면서 법정에서 판사에게 조목조목 항변하는 장면이 가장 뜻이 깊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다 보니 가사에 집중하면서도 영상에도 실패하지 않아야 해 두 개 다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제게는 옥상옥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2시간 남짓한 시간을 뮤지컬 가사를 음미하며 보내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배우 배정남이  콧수염을 기른 독립지사로 나오는데 연해주 한 도시에서 금발의 미녀와 부부로 세탁소를 운영하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 걸어오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배정남 배우의 세심(?)하면서도 미끈한 몸매와 복근을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하하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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