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의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환자들에게 위로가 혹은 비수가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최근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연골판 파열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모두 3명의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모두 동일한 소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는 불안해하는 환자의 마음을 살피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생 절뚝발이가 되어 살아야 하는것은 아닌가? 완치는 가능한가? 등 궁금한 질문들을 쏟아냈지만 의사는 냉정하고 절제된 말투로 "큰 문제는 없을 것, 관절염이 빨리 올 가능성이 있다"고만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작은 문제는 생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또 한 병원에서는 "연골판이 찢어졌으므로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수술을 해 보자"고 말했습니다. 저는 찢어졌다면 어떤 부위가 어느 정도로 찢어졌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모 병원 의사는 두루뭉술하게 "최대한 살려보도록 노력해 보자"고 만 말합니다. 물론 MRI(자기공명영상) 장비로 확인한 것이 100% 실제와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 환자가 쾌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 입니다. 그러나 의료행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술이라 생각합니다. 환자가 놀라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기,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등도 그러한 인술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요즘 의사들은 인술보다는 기술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5분도 채 안되는 면담에 약 처방하고 끝나는 진료가 어디 한 두 번 이겠습니까? 실제로 지난 2010년 경남지역 의사 수는 1인 당 792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456명에 비해 꽤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0년 12월 31일자 기사에서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가 심각'하다는 부제를 달아 보도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1인 당 792명은 해도 너무했습니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의사는 모자라고 그나마 있는 의사들도 서울 및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찾은 마산 MH연세병원 정형외과 진진우 의사는 "십자인대는 오래전에 파열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연골판은 가장자리가 찢어졌기 때문에 수술로 꾀묄수 있다. 너무 걱정안하셔도 된다. 허벅지에 근육이 금방 빠질 수 있으니 발목을 쫙 펴고 허벅지 운동을 하면서 근력을 키우면 된다"고 친절하게 수술 받기전 몸을 보호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일러주었습니다. 고맙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인력 수급 문제도 살펴봐야 하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환자를 안심시키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는 훌륭한 의사선생님도 분명 있습니다. 지역에 이러한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