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문화체육부 선배 기자와 연극을 봤습니다. 마산 예술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입니다. 예술소극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315아트센터나 성산아트홀은 들어봤어도 예술소극장은 아마 생소하실 겁니다. 저는 거창한 아트센터나 문화홀보다는 예술소극장이 좋습니다. 그곳에 가면 풀뿌리 지역 예술의 정신이 살아있고 척박한 예술의 현실속에서도 묵묵히 자기길을 걷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LOVE IS는 뮤지컬 장르의 연극인데 사실 좀 지루했습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남을 약속 하고 유부남인 남자1이 후배에게 약속장소에 대신 나가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뮤지컬 배우가 부르는 가사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랍니다. 특히 제가 눈여겨 본 것은 배우들의 재치있는 몸짓과 풍부한 표정이었습니다. 요즘 직장생활을 하면서 감정 표현이 억눌려 질때가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부러웠습니다.

 



모든 공연이 정리되고 극단 마산 단장을 비롯한 배우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경남신문 문화부 선배기자들도 참석했습니다. 저는 자리에 않아 가만히 듣는 것 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단장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았습니다. 수습기자 신정윤이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연극계에는 수습 배우가 없냐고 물었는데 단장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있는 놈도 나가는 판에 할려는 놈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 이었습니다. 

얼마전 굶어죽은 젊은 시나리오 작가나 단장이나 다를게 뭐가 있을까요? 우리 문화예술계는 왜 이렇게 척박할까요? 돈안되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 우리들의 모습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가난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단장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단장의 그 자조섞인 대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강한 나라가 되기 보다는 문화의 힘이 강한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던 김구선생의 소원도 떠올랐습니다. 문화예술하면 돈안되고 굶어죽는 이 척박한 현실을 바꿔보고 싶고 기자로서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쓸쓸하고 우울한 밤 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할 일도 많이 있음을 느낀 밤입니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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