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동네가 어수선하다. 주차금지가 씌어진 말뚝을 설치하는 사람들과 주민 몇명이 수근거리고 있다. 아주머니가 하는 말의 요지는 이렇다. "이 주차금지 말뚝이 무슨 소용있겠어요. 금새 치워버리고 말껄" 이 소란의 시작은 협소한 아파트 진출입로가 주차된 차량들로 더욱 좁아진데서 비롯됐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좁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때문에 진입할때 애를 먹는다. 이리저리 핸들을 틀어야 하고 사이드미러를 접어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그런데 어쩔수 없이 이 곳에 주차할 수 밖에 없는 인근주민들의 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럼 동네 주민들은 대체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한단 말인가.


대화빌아트 운영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야간에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드나드는 쓰레기봉투 수거 차량이 진입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해달라고 했으나 말뿐이지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했다. 하는수 없이 시의원을 불러서 이야기 했더니 물이 든 말뚝을 설치해주더란다.   

 그런데 문제는 말뚝이 인력으로 치울수 있을만큼 가볍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시가 생색내기에 불과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가 의지를 가지고 일 처리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나보고 우유부단 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시의 사정도 이해가 된다. 골목길은 시의 재산이다. 아파트 입주민의 것도 담벼락 넘어 주택 주민의 것도 아니다. 골목길에 주차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그래서 나는 시의 사정도 이해가 된다.

 이 소란은 소소한 동네이야기지만 우리네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협소한 주차공간에 요즘 한 가정에 2대 쯤은 차를 가진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대한민국 한 동네의 일상풍경이다.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출입이 어렵더라도 참고 사이드미러를 접을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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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문화체육부 선배 기자와 연극을 봤습니다. 마산 예술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입니다. 예술소극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315아트센터나 성산아트홀은 들어봤어도 예술소극장은 아마 생소하실 겁니다. 저는 거창한 아트센터나 문화홀보다는 예술소극장이 좋습니다. 그곳에 가면 풀뿌리 지역 예술의 정신이 살아있고 척박한 예술의 현실속에서도 묵묵히 자기길을 걷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LOVE IS는 뮤지컬 장르의 연극인데 사실 좀 지루했습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남을 약속 하고 유부남인 남자1이 후배에게 약속장소에 대신 나가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뮤지컬 배우가 부르는 가사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랍니다. 특히 제가 눈여겨 본 것은 배우들의 재치있는 몸짓과 풍부한 표정이었습니다. 요즘 직장생활을 하면서 감정 표현이 억눌려 질때가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부러웠습니다.

 



모든 공연이 정리되고 극단 마산 단장을 비롯한 배우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경남신문 문화부 선배기자들도 참석했습니다. 저는 자리에 않아 가만히 듣는 것 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단장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았습니다. 수습기자 신정윤이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연극계에는 수습 배우가 없냐고 물었는데 단장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있는 놈도 나가는 판에 할려는 놈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 이었습니다. 

얼마전 굶어죽은 젊은 시나리오 작가나 단장이나 다를게 뭐가 있을까요? 우리 문화예술계는 왜 이렇게 척박할까요? 돈안되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 우리들의 모습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가난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단장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단장의 그 자조섞인 대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강한 나라가 되기 보다는 문화의 힘이 강한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던 김구선생의 소원도 떠올랐습니다. 문화예술하면 돈안되고 굶어죽는 이 척박한 현실을 바꿔보고 싶고 기자로서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쓸쓸하고 우울한 밤 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할 일도 많이 있음을 느낀 밤입니다.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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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드디어 기자가 되었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데 기자만큼 적합한 직업이 있겠습니까. 저의 오랜 관심사는 글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 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요

요즘 한국문학사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문학과 친하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문학과 친해지려 합니다. 아니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 났습니다. 제가 고전문학을 읽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합성2동 새마을문고에서 제가 읽기에 적합한 쉬운 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교양 시리즈 물인데 간결하고 재미있게 한국고전문학의 흐름을 짚어줍니다. ('청소년을 위한 한국고전문학사' 김은정·류대곤 지음)


문학은 동서고금을 초월해서 인간을 알게 해주는 좋은 자료입니다. 문학을 즐겨 읽으면 저의 글쓰기 능력도 쑥쑥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한국 고전문학은 중고등학교 시절 쳐다보기도 싫은 분야였습니다. 시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외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읽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고전문학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고 한참 옛날 사람의 글이 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생각하던 고전문학이 말입니다. 읽으니 즐거웠습니다. 그들이 고민하고 노래했던 것들이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 저는 시대를 초월하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대를 뛰어넘어 옛 사람의 글을 읽고 감동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인간이라 불리는 것은 아닐까요.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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