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영웅> 감상평

안 의사, 고통 짊어진 민족의 예수

강인한 어머니, 눈물 장면 가슴 울려

안중근 의사 사형이 집행되기 5분 전 어머니가 지어주신 흰 수의를 입고 있다.

도마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영웅>이 지난 22일 전국 극장에서 일제히 은막의 스크린을 올렸습니다. 동명의 뮤지컬 인기에 힘입어 스크린에 새롭게 영웅을 펼쳐 보였는데 시쳇말로 국뽕 영화인 <한산>을 뛰어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영화는 2시간 20분 남짓한 러닝타임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뮤지컬 가사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연해주의 한 광야에서 안 의사와 동료들이 폭풍우를 뚫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단지(단지)하는 장면입니다. 동상으로 얼어터진 손가락 마디를 자르고 검붉은 피가 하얀 눈밭에 뿌려지며 대비되는 장면은 영상미를 극대화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선생은 <안중근 의사 찬>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는데 시구에  "가슴에 불을뿜고 원수를 찾아 광야를 헤매이기 얼마이던고"라고 노래했는데요. 해당 시구가 제 머릿속에 묘하게 겹쳐집니다.

안 의사는 천주교 신자 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면서 제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안 의사가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숭고한 십자가를 지고 고난과 핍박을 당하며 민족의 고통과 고난을 짊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의사가 교수형을 집행당하기 직전 형틀의 밧줄 앞에서 읊조리는 뮤지컬 가사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두려움도 묻어 나오지만 그는 우리 민족의 예수님이라는 메타포가 전달됩니다. 역사적 사실로 어머니가 선물한 흰색 수의를 입은 모습은 면류관을 쓴 예수님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가슴을 가장 두드렸던 장면은 안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호롱불이 켜진 안방에서 안 의사의 배냇저고리를 부둥켜 안고 홀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했습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과 같이 항소를 하는 것은 구차한 것이고 나라를 위해 의연하게 죽어라고 전하는 편지 글에서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의 표상이 느껴졌습니다. 

또 배우 김고은은 고종의 왕비 궁녀로 시작해 이토 히로부미의 게이샤가 돼 주요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식민지배의 우두머리 이토의 몸종이 을미사변을 통해 모시던 왕비를 읽게 되자 그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인데 동양평화라는 거창한 주제를 위해 투신한 안중근의 세계관과 궁녀의 세계관은 다를지 몰라도 그들은 진지하고 성실한 역사의 주역들입니다. 

이 영화의 크라이막스는 안 의사가 권총 탄환으로 민족의 원흉의 심장을 꿰뚫었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시험문제처럼 저장돼 있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판을 받으면서 법정에서 판사에게 조목조목 항변하는 장면이 가장 뜻이 깊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다 보니 가사에 집중하면서도 영상에도 실패하지 않아야 해 두 개 다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제게는 옥상옥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2시간 남짓한 시간을 뮤지컬 가사를 음미하며 보내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배우 배정남이  콧수염을 기른 독립지사로 나오는데 연해주 한 도시에서 금발의 미녀와 부부로 세탁소를 운영하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 걸어오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배정남 배우의 세심(?)하면서도 미끈한 몸매와 복근을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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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시> 영화 감상평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를 감상하였다. 은막 위에 영상으로 시를 쓴 것이 이 영화였다. 첫 장면에서 강변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등장하고 놀랍게도, 아주 놀랍게도 교복을 입은 채 머리를 수면 아래로 한 여중생의 익사체가 비춰진다. 이 장면에서 영화에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엔딩장면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중생과 주인공 할머니가 오버랩된다.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알 수 없고 목숨을 끊은 것 같은 암시를 던진다. 나는 이러한 영화의 기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상투적으로 우리는 "시인에게 소녀감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실제 중학생 소녀와 60대 할머니를 겹친다. 할머니가 영화 종결 부분에서 시쓰기 문학강좌의 총결산으로 원고지에 쓴 시를  독백하고 중학생이 시를 이이서 낭독한다. 그러면서 둘은 겹쳐진다. 할머니는 정말 여중생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다. 경기도의 한 한적한 작은 군단위 읍이 배경이다. 할머니는 낡고 오래된 빌라에서 여드름 투성이 손자와 함께 산다. 이혼한 부산 사는 딸이 맡겨 놓은 외손자다. 중풍에 걸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늙은 남자의 몸을 씻어주고 시중을 드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꽃을 보고 의사에게 시를 배우고 있다는 사담(?)을 하고 수강생 모집이 끝이 난 문학강좌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말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리고 손자에 손톱발톱을 자르고 손자 입에 밥이 들어가는게 가장 기쁘고 보기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손자 입에 밥들어가게 하는 K-할머니다. 할머니는 위대하다. 손자가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많은 회장님이라 불리는 늙은 남자의 수음을 도와주고 돈 500만원을 받는다. 

영화에는 지방지 기자도 등장한다. 시골 복덕방에 앉은 50대 남자들이 "요새는 지방지 기자가 더 무서워"라고 말한다. 기자는 취재를  하다 피해자측과 가해자부모들 사이에 중간 다리를 낳아 합의까지 가는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기사는 막았다"고 말하는 가해자측 부모의 대사가 있다. 기자가 브로커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해서 시골 중학교 여중생 집단 성폭행 자살사건은 기사화 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런 일들은 언제든지 또 벌어지게 될 것이고 지방지 기자는 기사를 쓰지 않는 댓가로 촌지를 받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중학생 손자는 친구들과 함께 동창 여중생을 성폭행했다. 그래도 그는 무심하게 자기방 컴퓨터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잠들고 할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는 무심한 남자중학생일 뿐이다. 예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시골 섶길을 걸어가면서 길바닥에 쓰러진 살구꽃을 본다. 마음으로 살구꽃을 본다. 그래서 살구꽃이 살기 위해 제몸을 부순다는 시어가 나왔다. 

실제 시인인 김용택 시인이 운영하는 시쓰기 강좌에서 생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주인공 할머니의 대사가 가슴에 나비처럼 내려 앉는 듯 했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초기를 앓는 환자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할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한다. 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한 편의 시를 남기고......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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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안하노>

북부동 지안스로가 후문 일대에 위치

4m 길이 바윗돌, 성곽 실체 확인 돼

도시계획도로 개설 예정지에 편입

"소공원에 이전해 끊긴 도로 연결을"

신정윤 기자가 24일 북문터 인근 양산읍성 잔존 성곽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잔존 읍성으로 도시계획도로 연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양산읍성 북문터 인근에 잔존 성곽 남아있는데 활용 방안이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더이상 훼손이 이뤄지기 전에 구도심 역사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인다. 이를 통해 지역 역사를 지키고 교육 자료로 쓸 수 있기 떄문이다.   

해당 지역은 북부동 지안스로가 아파트 후문 인근 북부동 213-12번지 일대인데 읍성 성체로 활용된 성곽 일부인 큰 바윗돌 3개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최근 이 아파트 건립공사와 연계해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됐는데 해당 성곽 부분이 있어 도시계획도로를 큰 도로와 연결하지 못했다. 이는 역사자산으로 향후 활용될 수 있어 시에서 도로 개설을 유보 한 것이다.   

본지는 24일 해당 잔존 성곽 현장을 확인했다. 큰 바윗돌 3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전체 길이는 4m 가까이 됐다. 첫번째 바윗돌에는 건축물 벽체로 사용되면서 시멘트를 발라 일부가 훼손돼 있었다. 주변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으며  인근 토지는 텃밭으로 개간돼 있었다.

문제는 해당 성곽이 위치한 필지가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돼 있어 향후 도로가 개설시 전체가 소실 될 수 있다. 읍성 잔존 성곽을 허물어야만 도로 개설이 가능한데 이럴 경우 큰 도로와 연결돼 지역주민의 교통 편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통편의와 옛 지역 역사자산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인 것.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지역주민을 배려해 활용 방안을 쉽게 찾지 못한다. 이에 읍성 성곽을 지역 내 공원으로 원형 그대로 옮겨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다. 

  한 전문가는 "기존 위치에서 읍성 성곽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도로 인프라와 충돌하기 때문에 읍성 성곽 바윗돌을 옮겨서 흔적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소공원을 조성해 읍성 성곽을 옮기고 VR이나 AR 관련 체험실을 만들수 있다. 영상으로 북문을 복원해서 찾아오는 분들이 읍성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북문 일대 전체를 큰 돈을 들여 복원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남아 있는 성곽 일부도 살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양산읍성은 조선 중종때 준공됐다는 기록이 전하는데 현재 대부분 멸실됐다. 양산시가 주최해 양산읍성 보전과 활용을 위한 학술대회가 지난 21일 개최돼 잔존 읍성도 훼손이 심해 보전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신정윤 기자 

 

 

Posted by 꼬장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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